중동의 전통 음악 마감(maqam)을 계승하는 젊은 세대

서론: 사라지는 선율, 되살아나는 유산

중동의 전통 음악은 수천 년 동안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형성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마감 (Maqam)은 단순한 음악 형식이 아니라, 고유한 음계와 감정을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음악 체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화와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마감 연주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음악가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마감을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감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고, 젊은 세대가 이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계승하고 있는지 탐구해보겠습니다.

 

본론 1: 마감의 뿌리 - 시간 속을 흐르는 선율

1) 고대에서 현대까지: 마감의 기원과 진화

마감은 기원전 수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지역에서 시작된 음악 체계로, 종교 의식과 궁정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점토판 문서에 기록된 초기 음악 이론에서부터, 이슬람 황금기 (7~13세기)에 체계적으로 정립된 마감의 개념은 이후 오스만 제국과 사파비 왕조를 거치며 더욱 다양화되었습니다. 이처럼 마감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언어로 발전해왔습니다.

 

2) 마감의 음악적 특징: 감정을 노래하는 음계

마감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서양 음악의 장조·단조 개념과 달리, 마감은 특정 음계를 바탕으로 미세 음(microtone)과 즉흥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라스트(Rast)’는 생명력과 활력을 상징하며, 축제와 같은 밝은 분위기에 자주 사용됩니다. 반면 ‘바야티(Bayat)’는 애절하고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여 종교 의식이나 전통적인 장례식에서 연주됩니다.

 

3) 즉흥 연주의 미학: 청중과 호흡하는 음악

마감의 가장 큰 특징은 즉흥 연주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 연주자가 청중과 감정을 공유하는 예술적 과정입니다. 연주자는 기본적인 마감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변주하며, 듣는 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즉흥 연주는 결혼식, 축제, 종교 의식 등 다양한 사회적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4) 지역별 마감의 변주

마감은 중동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라크의 마감은 깊고 복잡한 리듬 패턴을 강조하는 반면, 이집트에서는 대중 음악과 결합하여 보다 널리 퍼졌습니다. 터키에서는 오스만 제국 시대 궁정 음악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페르시아에서는 고전 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더욱 섬세한 미학적 가치를 담게 되었습니다.

 

본론 2: 젊은 세대와 마감의 현대적 부활

1) 전통과 현대의 융합: 새로운 음악적 시도

최근 젊은 음악가들은 마감을 재해석하여 현대적인 음악 장르와 결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르단 출신의 연주자 타렉 야센 (Tarek Yassin)은 마감과 재즈를 융합한 앨범 'Echoes of the Desert'를 발매하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음악은 전통적인 마감 멜로디 위에 서양 악기를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2)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과 확산

전통적으로 구전 (口傳) 방식으로 전수되던 마감 교육이 이제는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출신의 아미르 엘사파 (Amir Elsafa)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체계적인 마감 강의를 제공하며,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확보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 계정 'MaqamVibes'는 전통과 현대적 해석을 결합한 콘텐츠를 통해 수십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마감의 매력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3) 마감 페스티벌과 글로벌 무대

마감을 중심으로 한 음악 축제도 전통을 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그다드 마감 페스티벌'은 젊은 음악가와 전통 연주자가 함께 무대에 올라,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이 페스티벌에서는 여성 연주자 나디아 살림 (Nadia Salim)이 바야티를 기반으로 한 즉흥 연주를 선보이며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독일 출신 DJ 니콜라스 슈미트 (Nicholas Schmidt)와 이란의 마감 연주자 라미네 카셀 (Ramine Kasele)의 협업 무대는 전통 리듬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4) 글로벌 시장을 향한 레코딩 프로젝트

레바논의 음악 그룹 'Between Eastern Beats'는 마감 연주를 고품질로 녹음하여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특히 이들의 싱글 'Desert Bloom'은 스포티파이에서 1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중동 전통 음악의 현대적 재해석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결론: 전통과 혁신이 함께 빚어내는 새로운 미래 

마감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여전히 변화하며 성장하는 살아있는 예술입니다. 젊은 세대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마감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마감을 선보이며, 음악적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감은 단순히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니라, 창조적 혁신을 통해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